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음식 산업 전반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받았고, 그 중에는 TV나 매체에 음식에 관한 광고가 이전보다 더 많아졌는지에 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설문의 말미에는 응답자의 정보 파악을 위해, 응답자들이 현재 체중 감량 혹은 건강을 위해 식단 조절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실 연구자들의 의도는 따로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의 상황이 혹시 외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하려 했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체중 감량 중이거나 다른 이유로 식단을 조절하고 있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월등히 많은 비율로 TV나 매체에 식품, 식당, 음식에 관한 광고가 이전보다 많아졌다고고 답했던 것입니다. 일부 응답자들이 환경의 변화라고 답한 것은 사실은 자기 삶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신앙은 우리 삶에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것 중 하나는 “세상이 알 수 없는 평안”입니다.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평안한 것이 아니고, 삶의 바다에는 여전히 파도와 바람이 있어도 하나님 안에 누리는 평안입니다. 우리의 삶을 알고 계시고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얻는 이해불가능한 평안입니다. 믿음이라는 완충장치가 생겼기 때문에, 우리 삶에 일어나고 있는 자극에 천천히 또 우아하게 반응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To see is to believe 라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우리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위험도 또 우리가 취하는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열왕기하 6장에 엘리사가 시리아의 군대를 물리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리아 왕은 엘리사가 살았던 도단이라는 성에 기마와 병거와 중무장한 군대를 보내 그 성을 포위합니다. 엘리사의 종은 그 군대를 보고 놀라, “큰일이 났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라고 엘리사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대답하지요: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들에 편에 있는 사람보다 우리의 편에 있는 사람이 더 많다.”(왕하 16:6) 엘리사의 기도로 영적인 눈을 뜬 그 종은 온 언덕을 가득 채운 불 말과 불 수레를 보게 됩니다.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사의 종처럼 영적인 눈을 뜨게 해 달라고 구해야겠습니다. 문제에 사로잡힌 삶이 아니라, 그 문제를 오히려 포위하고 계신 하나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제3의 눈을 떠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날마다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더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눈을 여시는 하나님은 또한 우리의 삶에도 피할 길과 뚫고 나갈 길을 여실 것입니다. 보는 것에 행하지 않고, 믿음으로 행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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