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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목회 칼럼] 정체성 혼란

Updated: Jan 25



지난 토요일 아침,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나가보니 화장실에는 물이 0.5 인치 정도 차 있었고, 세탁실 및 히터/에어컨이 있는 장비실에도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천정에 달린 불빛은 등에 가득 찬 물에 잠긴 채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최근 통화 목록에 새로운 이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들도 배우고 있습니다. 누수 등의 침수 피해가 나면 먼저 mitigation company 라고 하는 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이들의 임무는 말 그대로 피해를 경감(mitigate)하는 것입니다. 젖은 석고 벽을 뜯어내고, 스터드(나무 기둥)에 핀 곰팡이들을 제거하고는 커다란 제습기 세 대와 선풍기 15대를 놓고 갔습니다. 물에 젖은 카펫도 다 뜯고, 카펫 아래에도 선풍기들을 꼼꼼히 넣어 놓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제 보험회사, 물난리를 일으킨 이웃집 보험회사, HOA(관리사무소) 등과 계속 통화를 했습니다. 가전 제품이 젖은 것들이 있어서, 가전 제품만 점검하는 사람도 부르고, 냉난방기(HVAC) 장비실에도 물이 들었던 터라, 이것을 점검하는 사람도 불렀습니다. 젖은 곳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이제 부서진 곳들을 다 고칠 시공업자(contractor)를 고용해야 합니다. 정말 혼란스러운 한 주간이었습니다. 신나게 전화를 하다가, 설교를 쓰기도 하고, 청소하고 짐을 옮기다 말고 성도들과 통화하기도 했습니다. 목사인지 보험회사 직원인지 헷갈렸습니다. 


전에 성도 한 명과 대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목사님, 제 소명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꿈도 있었고 비전도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소명이 뭔지 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루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그 일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인지도 몰라요. 내가 가장 많이 만나는 그 사람들에게, 나를 보내신 것인지도 모르지요.” 네… 함부로 말한 것 회개합니다. 


요한복음 5장의 말씀에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32 나를 위하여 증언하여 주시는 분은 따로 있다. 나를 위하여 증언하시는 그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나는 안다. 33 너희가 요한에게 사람을 보냈을 때에 그는 이 진리를 증언하였다. 34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사람의 증언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너희로 하여금 구원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메시야라고 주장하긴 하는데, 어떻게 그 사람 말만 듣고 믿을 수 있겠어?’ 그래서인지 그들은 표적에 더 집착했습니다. 신비한 현상, 통찰력 있는 가르침, 이 시대를 향한 비전 등을 주님께 계속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주님의 소명은 “나를 위하여 증언하시는” 하나님의 참된 증언에만 기반해 있었습니다. 사람의 증언도 필요 없고, 기적도 필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예수님은 자신을 보내신 하나님만을 소명의 근원으로 삼고 계셨습니다. 굳건한 소명의 토대 위에 서 계셨기 때문에, 십자가의 모진 고통도, 사람들의 조롱과 모욕에도, 주님은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앞으로 더 많이 전화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보험 회사들, 수리 기사들, 시공 업자들… 제가 당장 하고 있는 그 일들은 목회와 상관 없어 보일지라도, 저를 보내신 하나님을 의지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이런 분명한 확신을 더해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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