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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목회 칼럼] 트럼프 당선, 우리의 사명

Updated: Nov 21, 2024

히브리어는 정의를 두 가지 다른 단어로 표현합니다. 미슈파트(משפט)와 체다카(צדקה)라는 단어이고, 한글 성경에서는 보통 “정의”와 “공의”로 번역됩니다. 이사야 28:7이 좋은 예인데, “내가 공평(미슈파트)으로 줄자를 삼고, 공의(체다카)로 저울을 삼을 것이니…” 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미슈파트는 쉽게 말하면 사법적 정의입니다. 법이 정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관념적 정의가 미슈파트입니다. 체다카는 미슈파트보다 더 큰 보편적 “의”라는 개념으로, 법적으로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 따지는 것을 넘어서는 도덕적 윤리적 의를 말합니다. 어떤 이는 미슈파트를 retriebutive justice (응징적 정의)로 체다카는 distributive justice (분배적 정의)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Justice Department)가 다루는 것이 미슈파트라고 한다면, 보건사회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 Department)가 추구하는 정의는 체다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논란이 될만한(controversial)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바이든 정부가 실패한 부분 중 하나로 국경 정책을 꼽습니다. 2021-2023 기간 동안 약 700만의 난민들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었고, 이중 약 200만 명이 국경수비대의 감시를 벗어나 미국 본토로 유입되었습니다. 사법적 정의(미슈파트)의 측면에서는 난민들을 보이는대로 신고해야 할 겁니다. 그들의 개인적 사정이야 어떻든, 국경을 넘어서 우리 영토를 침범한 사람들이기 떄문입니다. 그러나 분배적 정의(체다카)를 생각한다면, 난민들은 도와야 하는 대상입니다. 범죄 활동 등의 나쁜 의도 없이, 그저 자국의 전쟁이나 폭력을 피해서 살기 위해 미국에 온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형량 거래도 다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두 명의 은행 강도 중 한 명만 잡힌 경우. 그 한 명이 다른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형량을 줄여줍니다. 한국에서는 형량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입니다. 말씀드린대로 사법적으로는 합법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범죄자의 형을 줄여준다는 것이 체다카의 측면에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용인 가능한 일이어도, 보편적 윤리나 의의 관점에서는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024 대선이 끝나고 도날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다양한 여론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종일관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큰 격차가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생각해 본다면, 새 정권은 사회적 취약 계층을 돕는 일 보다는 법적 정의 실현에 무게를 더 둘 것입니다.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하거나 범죄자로 규정할 것이고, 건강보험(ACA) 혜택 관련 지원을 줄일 확률이 큽니다. 3선은 헌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할 확률이 큽니다. 믿음을 가진 우리의 사명은 그 약자들을 위한 체다카의 정의 실현을 위해 힘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운데 보내주신 난민들을 돕는 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돕는 일입니다.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는 교우들도 또 그로인해 슬퍼하는 이들도 이 사명 안에서는 모두 하나입니다. 드디어 선거가 끝났습니다. 우리의 사명으로 돌아가서, 그 사명을 충성되이 감당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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