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목회칼럼] 각자 알아서 결정하세요
- Seonwoong Hwang
- Apr 5
- 2 min read
한국 시각으로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받아들이고 대통령을 파면하였습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 합의 판결을 내며,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제기한 다섯 가지 쟁점을 모두 반박하였고, 12.3 계엄이 헌법이 규정하는 계엄 실시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며 절차적으로도 잘못되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불과 8년만에 대통령 탄핵을 다시 겪으면서 제 마음 속에는 씁쓸함과 슬픔이 함께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을 위해 투표했든 하지 않았든, 한국의 민주주의가 함께 껴안아야 하는 성적표이고, 3년 전 대선으로 최고지도자를 함께 뽑은 우리 모두가 겸허히 반성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전 탄핵 이후에 한국 사회는 과연 성숙했는가. 겨우 8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온라인의 여러 반응 중에 제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글들이 있었는데, 가령 “대통령은 탄핵했는데, 한국 교회는 누가 탄핵할 것인가?”와 같은 글이었습니다. 제 gut reaction 은 “너가 뭔데 교회를 탄핵해?’라는 생각이었지만, 한편으론 입 안에 쓴 맛이 느껴졌습니다. 교회나 예배 처소가 아니라 광장으로 나와 정치인 행세를 하고,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던 목사들이 생각났습니다. 집회 현장마다 들리던 찬송가가 생각났고, 성조기 물결에 끼어 있는 이스라엘 국기도 생각났습니다.
교회는 어떤 정치 집단이나 정파로부터 독립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교회가 지조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정책에 따라서 보수를 지지할 수도 있고, 진보를 지지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어떤 한 당이 아닌,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중심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정의롭고 공정한 이민 정책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국경도 든든히 방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내 동성 결혼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적 의견을 갖고 있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100%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에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지만, (예외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낙태는 반대합니다. 성경이 그렇게 가르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감히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가진 분명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설교나 여러 명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는 정치에 관한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설교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얘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지, 한낱 정치 얘기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치 사안은 민주 시민인 여러분이 각자 알아보고 생각하고 결정하실 일이지, 목사의 권위를 내세워 각자에게 주신 이성이나 자유 의지를 무시하고 제 개인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 목사들에게 묻지 마시고, 각자 이성과 자유로 결정하십시오. 교회 안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 말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더 많이 얘기하십시오.
시카고예수사랑교회 여러분, 잘 하고 계십니다. 가는 말에 채찍질 하는 중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닮은 이 땅을 꿈꿉니다. 성숙한 민주 사회도 꿈꿉니다. 우리를 여기 불러주신 하나님의 뜻을 기억하며, 천국의 일꾼들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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