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 목회칼럼] 말씀 안에서 길을 잃다
가을학기 말씀반들이 돌아왔습니다! (짝짝짝) 성경통독은 잠언부터 말라기까지 가는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고, 성경공부반은 사사기를 깊이 읽으며 은혜를 나누려 합니다. 성경통독반은 스물한 분이 등록하셨고, 성경공부는 아홉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신 모든 분들께 특별한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사기 성경공부반 첫 시간을 끝내고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을 가르쳤던 존 웨스터호프(Dr. John Westerhoff)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형성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Faith is caught, not taught” 영어 원문으로 보니 더 멋집니다. 자녀와 다음 세대의 신앙에 관한 말이었지만, 저는 이 말이 모든 신앙인에게 해당된다고 믿습니다. 믿음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기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은 더 그렇습니다. 알고 믿는 바를 언제쯤 실천할 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이 가장 좋은 답입니다.
믿음이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고 체득되는 것이라면 신앙생활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참여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잘 몰라도 계속 교회생활에 참여하는 사람, 낯설고 불편해도 계속 예수님 중심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믿음이 생깁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멀리 바라보며 계속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새 믿음의 사람이 됩니다.
말씀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사기 성경공부반에 들어오시면 사사기라는 책을 완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감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성경공부반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사사기라는 큰 호수를 높은 곳에 올라가서 한번 내려다보고, 가까이 가서 발을 몇 번 담그는 것 정도입니다. 성경통독은 오죽할까요. 잠언부터 말라기까지 이어지는 지혜문학과 예언서의 깊이를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요. 통독반의 목표는 말씀 속에서 헤매보는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길을 잃어보기도 하고, 혼란스러움도 느껴보고,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말씀 앞에 잠시 멈춰 서보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측량 불가능한 하나님의 사랑을 살짝 맛보는 것입니다. (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사도 바울도 사랑장인 고린도전서 13장에서 겸손히 말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거울로 영상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마는,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밖에 알지 못하지마는,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 것과 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12).
말씀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가졌던 바울이 마지막에 남긴 고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자신도 그저 희미하게 보고,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NIV 성경은 12절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 then I shall know fully, even as I am fully known.” 예수님을 만나는 그 미래에는 온전히 알게 될 것인데, 바울은 그 온전한 앎을 ‘하나님이 나를 아시는 것처럼’ 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씀에서 바울의 ‘안도감’을 느낍니다. 다 알지 못해도 됩니다. 다 보지 못해도 됩니다. 부분적으로만 알아도 상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온전히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요즘 소설가 김영하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읽고 있습니다. (저도 글공부 경력이 좀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소설가의 글은 한 문장 한 문장 저를 놀라게 합니다!) 이 책은 김영하가 이탈리아 남단 시칠리아 섬을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여행기이지요. 책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시칠리아”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왜 시칠리아가 튀어나왔는지 자신도 몰랐다고 합니다. 한 번도 진지하게 여행해 볼 생각이 없는 곳이었는데,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가 입 밖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신앙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은 무수히 많은 만남, 말씀, 예배, 기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흔해서, 경험하는 그 순간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도 하지요. 성경 한 장을 읽는다고 당장 내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예배가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작은 순간들이 쌓이고 모여서, 어느 순간 우리 안에서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믿음으로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던 시간들과 이해되지 않아도 기도하던 혹은 말씀 앞에 앉았던 순간들이 모여 우리 안에 믿음을 형성해 가는 것은 아닐까요?
말씀 안에서 헤매보기로 작정한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믿음을 가지고 방황 중인 모든 분들을 축복합니다. 잘 가고 있습니다. 계속 걸어가세요. 하나님이 우리를 아십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부

![[9/13 목회칼럼] 예배가 준비되는 '현장'](https://static.wixstatic.com/media/3d6f19_ff00bd28c71f420b9a33c4de0378ce49~mv2.jpg/v1/fill/w_980,h_735,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3d6f19_ff00bd28c71f420b9a33c4de0378ce49~mv2.jpg)
![[9/6 목회칼럼] 사랑 안에 안식하기](https://static.wixstatic.com/media/3d6f19_967853b820e149eeb7afdbd6166f9174~mv2.webp/v1/fill/w_980,h_1399,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3d6f19_967853b820e149eeb7afdbd6166f9174~mv2.webp)
![[8/30 목회칼럼] 천국의 조각을 담은 쇼핑백](https://static.wixstatic.com/media/3d6f19_06cd299395d1424fbbad1ae37abab376~mv2.jpg/v1/fill/w_736,h_977,al_c,q_85,enc_avif,quality_auto/3d6f19_06cd299395d1424fbbad1ae37abab376~mv2.jp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