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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목회칼럼] 불이 지나간 자리에도 새 생명이 피어난다

몇 주 전 집 근처 산책길에서 이상한 탄 내가 났습니다. 알아보니 controlled burns 라고 해서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의 일부분을 일부러 태우는 작업을 했다고 하더군요. 연료(fuel)가 될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해서, 화재가 나더라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어제 태웠다고 했는데, 24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도 조금 매캐한 탄 내가 계속 났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같은 곳을 다시 방문했는데, 적잖이 놀랐습니다. 잿더미가 된 부분에 듬성듬성 봄의 연둣빛이 보였습니다. 불을 낸 곳에 다시 식물이 자라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명은 생각보다 훨씬 질겼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마른 식물들이 다 타고 없어지고 나니, 새로운 세대가 더 쉽게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325CE에 모였던 니케아 공의회는 부활절의 날짜를 춘분(equinox) 후 첫 번째 보름 이후의 첫 번째 주일로 정했습니다. 한국의 전통 24절기로 환산하면, 부활절 날짜는 매년 달라지지만, 음력으로 볼 때 대략 봄의 절정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위치한다는 뜻입니다(올해는 부활절 날짜가 곡우穀雨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부활은 수확으로 결실하는 계절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넘어 생명이 다시 피어나는 계절에 위치합니다. 모든 것이 완성된 시점이 아니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 지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에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들 혹은 새로이 되새겨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검게 탄 것 같은 들판에 피어나는 연둣빛 새싹처럼, 혹은 겨울이라는 죽음의 계절을 지나 다시 움트는 생명처럼, 부활의 주님은 새로운 도전과 각오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The tomb was empty; He is risen! 다시 도전하시고, 새로 시작하세요. 부활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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